이 책의 바탕에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개의 플랫폼 사이에 놓인 한국의 전략적 선택에 대한 고민이 있다. 진화하고 있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 사이에서 한국이 취할 미래 국가전략의 방향은 어디일까? 한국은 서방 진영의 제도와 규범 및 가치를 따르면서도, 중국과는 주로 경제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은 두 개의 플랫폼에 모두 발을 딛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중 양국이 우호관계를 유지할 경우에는 기회이지만, 지금처럼 갈등이 깊어가는 시절에는 딜레마가 된다. 플랫폼의 틈새가 크지 않을 때는 양다리 작전이 통했지만, 지금처럼 플랫폼의 틈새가 점점 더 벌어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접근법부터 달라야 할 것이다.
이 책은 2020년 상반기에 출간한 『4차 산업혁명과 미중 패권경쟁: 정보세계정치학의 시각』(사회평론아카데미)에 이어 두 번째로 엮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글로벌 리더스 프로그램(GLP) 학술논집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크게 세 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 ‘미중 기술경쟁의 진화’는 비대면 시대의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디지털 플랫폼 경쟁을 분석한 네 편의 논문을 담았다. 5G, 반도체, 인공지능(AI)을 비롯하여, 컴퓨팅 운영체계와 모바일 플랫폼,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소셜 미디어 등의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기술경쟁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았다. 제1장 “비대면 시대의 미중 기술패권 경쟁: 5G, 반도체, AI를 중심으로”(김다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야기된 세계정치 변환의 사례로서 5G, 반도체, AI 분야에서 벌어지는 미중 경쟁을 ‘복합지정학의 시각’에서 고찰하였다. 제2장 “컴퓨팅·모바일 플랫폼 경쟁: 미국의 패권에 대한 중국의 대응”(김지이)은 미중 무역갈등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컴퓨팅 및 모바일 플랫폼 경쟁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 1990년대 말부터 오늘날까지 변화하고 있는, 컴퓨팅 및 모바일 플랫폼 분야 미국의 기술패권에 대한 중국의 대응 전략을 분석하였다. 제3장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분야 미중 플랫폼 경쟁”(김지윤)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국제 금융패권을 둘러싼 미중의 새로운 전장(戰場)으로 부상하게 된 디지털 경제의 국제정치적 함의에 주목한다. 디지털 경제 플랫폼 분야의 미중경쟁을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및 기술체계(이익), 플랫폼 기업 규제 및 국제 규범(제도), 플랫폼 경제 질서 담론 및 민관 상호작용 양상(관념)의 세 가지 차원에서 분석하였다. 제4장 “미중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경쟁: ‘규모의 변수’와 ‘체제 적합력’의 개념을 도입하여”(정서윤)는 페이스북과 텐센트의 사례에 주목하여 미중 디지털 미디어 경쟁을 살펴보았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플랫폼 부문의 국제정치학적 함의를 추출하기 위해서 ‘규모의 변수’와 ‘체제 적합력’의 개념을 원용하였다. 제2부 ‘데이터·사이버 안보 갈등’은 데이터 안보와 데이터 외교, 그리고 사이버 안보와 관련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 및 양국의 대응정책을 다룬 세 편의 논문을 실었다. 안보화 이론이나 신흥안보의 이론에서 제기된 안보위협의 인식과 담론 및 이를 반영한 구체적인 정책 추진의 과정 등이 이들 논문의 주요 관심사이다. 제5장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미중 3차원 표준경쟁: 데이터 안보/외교의 시각”(오예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원천기술 중 하나인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를 사례로 하여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데이터 안보/외교 경쟁의 중층적·복합적 양상을 분석하였다. 특히 기술-제도-담론의 3차원 표준경쟁 분석틀을 원용하며, 제도와 담론표준을 둘러싸고 미중 양국의 대내외 데이터 거버넌스가 어떻게 상호 충돌·경합하는지 살펴보았다. 제6장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미국 데이터의 침해: 신흥안보론의 시각”(이수연)이 미중 사이버·데이터 갈등을 보는 출발점은, 안보화 논의가 모든 것을 과도하게 안보 문제로 보게 만든다는 ‘과잉 안보화’의 주장에 대한 비판이다. 안보화의 적절성 문제는 실제로 어떤 대상이 어떠한 피해를 얼마나 받는지를 살펴보고 그러한 피해가 국가안보를 거론할 정도인지를 판별하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6장은 이를 밝히기 위해서 신흥안보의 시각을 원용하여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미국의 데이터 침해 문제에 대한 분석을 전개한다. 제7장 “미국 사이버 안보 정책의 진화: 미중갈등의 인식 변화를 중심으로”(홍지영)는 사이버 위협과 미중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 미국의 사이버 안보 정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제3부 ‘하이브리드전과 미래전의 세계정치’는 미국과 중국의 벌이는 기술패권 경쟁의 구도를 넘어서 유럽과 러시아의 대결뿐만 아니라 비대면 시대의 미래전에 대한 전망을 포함하는 정보세계정치의 쟁점들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서 하이브리드전과 미래전의 맥락에서 본드론 기술 등의 사례를 검토하였다. 제8장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나토의 대응전략: 전통 군사안보와 사이버 안보의 연계”(최정훈)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나토의 대응전략 사례를 다루었다. 전선을 형성하고 군대와 군대가 대치하는 전통적인 전쟁에서, 전시와 평시, 전선과 후방, 온라인 전장과 오프라인 전장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새로운 양상의 전쟁이 출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9장 “기술발전과 세계정치: 드론의 출현과 확산 및 활용을 중심으로”(노유경)는 기술이 그 발전 단계에 따라 상이한 국제정치적 함의를 지니는 복합적인 변수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9장은 드론 기술의 발전을 사례로 들어 그 기술발전 단계를 세분화하고 단계별 주요 특징들을 살펴본 후, 드론 기술발전의 국제정치적 함의를 분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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